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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에게서 흘러나온 물길이 눈앞을 휘돌아 흐른다. 이렇게 고즈넉한 풍경 앞에서 무엇이 더 필요할까.
수줍은 듯 그늘에 숨어서 코만 살짝 내민 고무신 한 켤레. 안의 상표가 문질러 없어질 만큼 너는 사랑받고 있구나.
눈앞에 펼쳐진 삶의 염증이 곪아 견디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끝내 그리워질 수밖에 없도록 멀리 떠나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굳어진 이야기들이 담장 너머를 내다 본다. 언젠가 내 이야기도 저만치 단단해질 수 있을까.
염색공장이 즐비한 곳, 굴뚝 하나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제 막 색이 물들기 시작한 듯 연기가 두텁다.
다리 위 민족의 얼이 물결을 그리며 나부낀다. 가슴 가득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올라 벅차다.
무엇인가 싶어 들춰 보니 그곳에 잎사귀의 글이 있었다. 본래의 글 위에 덧 씌워진 글은 잎사귀들의 언어인 걸까.
광해군 6년, 스물 한 살의 나이로 진 꽃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고 했다. 발 아래 살짝 젖은 풀의 감촉이 옹주의 속삭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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