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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홀로 있을 때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것이 있다. 무언가에 가려지고 나서야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것이 있다.
성벽을 유지하고 있는 돌 하나하나가 처음부터 저리 둥글진 않았을 터. 누군가의 각오가 없었다면 이곳을 지킬 수 있었을까.
한 평생 땅에서 나고 자라 겨우 그곳을 떠난다 싶었는데 마른 몸 한 데 엮여 다시 한 번 땅에 딛기를 기다리고 있다.
물에 닿기 전, 가장 아름답게 타오르는 시간. 아직 삼켜지지 않은 태양이 사방에 빛을 흩뿌린다.
산중에서 돌연 마주친 고즈넉함. 좀처럼 떠나기 싫어지는 마음에 돌아보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결코 낡지 않을 것 같은 모양새가 오히려 서글프다. 꼬리를 뭉텅 잘라내고 안전선 안에 서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랜 전쟁 끝에 이곳을 차지한 건 무성한 풀과 바람뿐. 과거의 치열했던 흔적만 남아 전략의 요충이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네.
햇살이 내리는 곳에서 그늘이 지는 곳까지 길이 이어졌다. 어느 쪽에 서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길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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