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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에 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제 속내보다 주변을 비춰내고 싶어하는 잔잔한 마음.
설악산에 아름다운 것이 산세 뿐이랴. 시선 닿는 곳마다 빛깔이 곱게 스며 있다.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두었는데 고개만 꾸벅. 예의를 잊고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을 뻔 했다.
바람이 분다. 그보다 한 박자 늦게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마치 너와 나처럼.
걸어나온 길이 끊겼을까, 아니면 걸어 들어가던 길이 끊겼을까. 길 위에서 길을, 어느 쪽에 물어야 할지 고민해 본다.
설익은 벼를 지키고 선 모습들이 춤을 추듯 마냥 즐겁다. 스치듯 걸으면서도 어깨가 들썩인다.
햇살이 차고 넘쳐 온몸 위로 곱게 부서지고 있다. 내 뒷모습도 나목들과 같을까.
바다로 나아가 맞는 일출보다 멋진 것이 있을까. 조용히 해를 기다리는 바다 위의 아름다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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