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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간격을 두고 마주 선 두 개의 등대가 오늘은 텅 비었다. 갈매기도 찾아오지 않는 오늘, 애꿎은 파도만 넘실거린다.
같은 가마에서 같은 온도의 불을 쬐었을 터인데 빛깔이며 재질, 무엇 하나 닮은 것이 없다.
화려하게 장식하고 귀하게 모셔야 진심인 것은 아니다. 자그맣게 밝혀진 귀퉁이가 아름답다.
오랜 전쟁 끝에 이곳을 차지한 건 무성한 풀과 바람뿐. 과거의 치열했던 흔적만 남아 전략의 요충이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네.
그래야만 했을까. 그렇게 했기에 지금 저 곳에 있는 거겠지. 뿌리가 바위로 변할 때까지 그래야만 했던 거겠지.
불길이 일듯, 불빛이 일듯. 그 안에 담긴 삶들이 벅차고도 힘차다.
성벽이었을 돌무더기 위로 구름이 둥실 넘어간다. 무엇을 지켜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경계를 그리면서.
경내에 느티나무가 선 듯, 마음이 든든하다. 향기로운 생각들로 가득 차올랐을 커다란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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