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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닿기 위해 수많은 문들과 길들을 지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눈에 익은 벽들과 몸에 익은 배려.
이렇게 가지런한 죽음들 앞에서 어찌 숙연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저마다의 빛깔로 낮은 숨을 쉬는 그 모습에 덩달아 숨결이 잦아든다.
투박하고 또 투박하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조금이라도 보드라워질 수 있을까.
화려한 신식 건물 아래에는 여전히 자그마한 예배당이 있다.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며,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변하지 않고 영원할 것을 바라는 사람의 마음은 정작 변하기 쉬워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을까봐.
진즉 꺼진 불빛, 전에는 무슨 색을 내며 빛났을까를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다시는 켜질 일도 없기에.
한 걸음씩 오르는 가을 길. 바닥에 뒹구는 빛깔들과 함께 데굴데굴 구르는 마음.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가 수면을 때릴 것만 같았는데 시야를 덮은 해무가 귀까지 덮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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