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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라는 것에 변함은 없지만 그것이 진즉 빛인지는 의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진짜 빛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기만 해도 입안에서 흙이 맴도는 기분이다. 한 입 물면 푸근한 향이 퍼질 것만 같다.
조용한 법당 안에 향기가 머물러 있다. 허공에 심어 둔 연꽃 덕일까, 그 안에 머물다 간 이름들 덕일까.
인쇄골목에 들어서면 구수한 종이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막 뽑혀 따끈따끈한 종이 위에 먹먹한 잉크 냄새 물씬 풍기는 것 같다.
돌로 쌓인 다리를 건너다 문득 아래를 내려보았더니 어찌어찌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떤 돌도 다리도 막을 수 없다는 듯.
이 먼 곳에서도 마음은 밝혀지고, 또 꺼진다. 발길이 끊이지 않으니, 기어코 어두워지지는 않으리라.
하나의 반석, 딱 그 만큼의 역할로 세월을 버티는 것은 어떤 일일까. 답을 내어주지 않는 노익장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발자국과 바퀴자국이 어지러이 섞였다. 이미 너무나 많은 흔적들이 겹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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