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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향을 보고 서서 기다란 꼬리를 휙휙 날려댄다. 살짝 내리깐 눈에는 무엇을 담고 있는 걸까.
그래야만 했을까. 그렇게 했기에 지금 저 곳에 있는 거겠지. 뿌리가 바위로 변할 때까지 그래야만 했던 거겠지.
빈 언덕을 지키고 섰다 한들 어찌 외롭다 말할 수 있을까. 나란한 나무들의 뒷모습이 정겹다.
녹차가 씁쓸하면서도 싱그러운 이유는 안개를 머금었기 때문일까.
어둡지 않은 여수의 밤. 달빛과 함께 새 빛이 시선에 가득 차오르고 있다.
한 번도 불을 지핀 적 없는 아궁이 위의 솥이 반질반질 윤이 난다. 추억 한 톨 쌓이지 않아 저리도 윤이 나는 건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 존재하는 거라고 했다. 마음의 수만큼 생겨나는 거라고 했다.
귀를 쫑긋 세우고서 커다란 눈으로 조용히 정적을 응시하는 사슴을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울음을 들어준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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