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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나부끼는 민족의 한이, 얼이 그 어떤 색채보다 푸르고 붉으며, 구름보다 새하얗다.
한 덩이 구름이 몸을 웅크려 내려앉았다. 그림자만큼 둥글어지고 싶은 그 마음의 이유를 묻는다.
꽃이 진 자리가 총총히 밝혀졌다. 햇살을 머금어 익어가는 저 빛깔이 어찌 곱지 않을 수 있을까.
거울과 거울 바깥의 세상을 상상해 본다. 물빛이 하늘빛에 스며들고 있다.
아무도 없는 공원, 어디서 무리지어 날아왔는지 비둘기 떼가 모여 있다. 날지도 않을 거면서 날개를 푸드득거리며 종종걸음으로 길을 활보하고 있다.
먼 길을 달릴 준비를 마친 상상. 결국, 어디까지 가 닿을 것인지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꼬리를 늘이고 선 모습이 퍽 고고하다. 그 앞을 스쳐 지나도 될지, 장난스레 말을 건네 본다.
콘크리트 길을 벗어나 걷고 싶은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무지개다리 아래로 돌길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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