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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좁은 길이 걸렸다. 건너볼까, 바라볼까 고민해 본다.
귀에 익은 문구와, 눈에 익은 손글씨. 세련되지 못함, 이라는 것이 어찌 이리 소담스러울 수 있을까.
인간의 어두운 그림자를 밟고 태어나 경쾌한 소릴 내는 이들이 있다. 도깨비에 홀린 듯 가만히 있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는 듯하다.
바닷가로 옮긴 살림들이 올망졸망하다. 새로운 집에서는 어떤 달콤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을까.
열쇠 없이 걸어 둔 문이 올곧은 약속을 말한다. 쉬이 잠그지도, 쉬이 열지도 않을 것.
듬성 듬성 푸른 잎이 보이는 너는 완벽하진 않지만 있는 그대로도 너무 눈이 부셔.
하늘을 품지 않은 방초정은 그럼에도 푸르다. 주름진 풀밭이 오늘따라 유독 눈이 부시다.
문이 열려 있으면 나도 모르게 들여다 보고 만다. 그리고서 살짝 발을 내딛는다. 들어가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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