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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푹 꺼진 것 같다. 구멍을 파서 그 안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는 구름과 함께 나란히 살지 않았을까.
도처에 마련된 즐거움에 웃음이 핀다. 가지런한 꽃길만큼 바지런해지는 발걸음.
꼭 한 해 전에 이토록 잘 마른 바닥을 보았다. 한 철 숨을 죽여 다음 줄기를 기약하니 지혜롭기도 하다.
높은 곳에 오르면 한눈에 내려다보일 줄 알았더니 높을수록 아래의 경치는 희미해지는구나.
커서가 깜빡이듯, 자그마한 나무 한 그루가 섰다. 어떤 말들을 적어나가야 이 풍경이 기억될지.
쌓인 높이에 비해 의외로 낮은 그림자. 그래도 쌓였기에 만들 수 있는 그림자.
여섯 개의 각으로 총총히 모여 있는 작은 소망들. 가만히 머물러 사찰을 내다보는 모습이 퍽 고고하다.
바람을 맞이하고 또 배웅하는 자리. 오색의 바람이 돌고 또 도니,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숨을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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