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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쌓인 다리를 건너다 문득 아래를 내려보았더니 어찌어찌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떤 돌도 다리도 막을 수 없다는 듯.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푸른 그라운드가 펼쳐져 있다. 뜀박질을 할 때마다 풀잎에 흙이 섞여 나뒹구는 그라운드가.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비석 홀로 외로이 선 이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활짝 핀 꽃잎 안에 또 다른 꽃 하나가 피어났다. 늘 보던 것과의 거리를 좁힐수록 또 하나의 세계가 피어난다.
물결 따라 밀려오는 것이 어찌 바람 뿐일까. 켜켜이 쌓여 오는 포말들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다녀간 이들이 남긴 뿌연 발자국만큼 막연해지는 마음. 그 가운데서 귀를 기울이면 문득, 바다에서도 목탁소리가 들린다.
계단을 오르다 웬 돌에 발이 걸릴 뻔 했다. 누군가의 코와 입인 듯 연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씩씩댄다.
저 강의 건너편 기슭에는 붉은 꽃이 만발해 있다 하였다. 눈앞에서 흔들리는 꽃에 내가 함께 천천히 흔들리고 있으니, 이곳이 피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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