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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수 있는 것은, 함께 걷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오롯이 홀로 있을 때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것이 있다. 무언가에 가려지고 나서야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것이 있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터지면서 내는 소리가 나무에 수면에 스며들어서 그런지 시야가 촉촉해져.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붓과 붓을 쥔 손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찰나의 선택이 전체를 좌우하는 것.
들어서기도 전에 마주치고 말았다. 마중을 나온 듯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 길이 나 있었다.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발이 먼저 움직이는 그런 길이 있다.
때로, 걸어내려간다는 것은 삶으로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를 때의 마음에 아직 빛이 바래지 않았으니, 걸음만은 여전히 즐겁다.
가끔은 뭍으로 나온 것들도 헤엄을 친다. 먼 바다를 향한, 움직임 없는 조용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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