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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 때마다 탑의 방향이 바뀐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면 어느새 주위에 발자국이 그득하다.
허리를 숙이면 평소와는 다른 것들이 보인다. 천연덕스레 제 몸에서 가지들을 틔워내고 작은 나무로 선 저 모습을 보라.
연꽃이 만개하는 것이 언제쯤일까. 떠나기도 전에 다시 찾고 싶어지는 이끌림.
어떤 좋은 구경거리가 기다리고 있는지. 두 개의 그림자가 총총히 걷고 있다.
빈 자리, 꼭 그 자리에만 조용히 빛이 스민다. 빈 자리이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닌지, 발걸음을 늦추어 본다.
화분 안의 꽃은 탐스럽고 화려해서 절로 눈이 가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기에 들꽃을 바라볼 때 더욱 설렌다.
부처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분명 수많은 등불밖에 보이지 않을지도.
살아 있는 것을 본 떠 만들었기에 너는 그 이상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는데 갈 수도 없는 곳을 바라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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