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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새겨 세워두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무궁한 역사의 풍랑에 지워질 글자들은 누가 기억하나.
초록보다 설레는 빛깔이 있을까. 이토록 선연하게 빛나는 생명의 색채란!
커다란 북의 중앙이 유독 색이 바랬다. 소리가 나는 너를 상상하기도 힘이 든데, 너는 소리의 흔적을 갖고 있구나.
등대가 하얗고 붉은 이유를 들어본 적이 없다. 등대가 등대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없다.
기억의 귀퉁이에는 가끔, 낯선 것들이 자리하곤 한다. 막막한 여백과 그 사이를 가르는, 결코 알지 못할.
낮은 귀퉁이에 꽃 한 송이가 피었다. 차가운 제 몸에 따스한 빛깔을 입으니, 절로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보게 된다.
눈아래에 펼쳐진 푸른 하늘이, 그 속에 자갈처럼 잘게 부서진 태양이 이곳의 흥취를 더욱 돋운다.
바다와 해변이 서로를 꼭 끌어안은 그 경계에 섰다. 바다가 밀려드는 것인 줄로 알고 있었더니, 해변도 바다를 가만히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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