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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빠른 길만을 생각해서는 얻을 수 없는 편안함이 있다. 구부러진 길을 따라 걸음이 구부러지니, 더디게 나아가게 된다.
나라를 위해, 누군가를 위해 제복을 입었을 그들이 잠든 이곳. 길게 늘어진 비석의 그림자가 유독 짙다.
얼마나 오래 올려다보고, 또 얼마나 오래 내려다보았을지. 나란히 할 수 없는 두 어깨가 정겹다.
낮은 귀퉁이에 꽃 한 송이가 피었다. 차가운 제 몸에 따스한 빛깔을 입으니, 절로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보게 된다.
위로 솟은 다리와 아래와 솟은 다리, 그리고 그 사이를 조용히 지키고 선 작은 누각이 선사하는 특별함.
서툴게 보인다 하여 서툰 것은 아니다. 저만큼 삐뚤빼뚤, 그리고도 가지런한 손길.
모든 이별은 흔적을 남긴다. 계절을 배웅한 자리에 남은 쓸쓸한 것들.
빼곡이 들어찬 초록 빛깔 사이로 집 한 채가 웅크리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의 풍경인 듯, 참으로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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