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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차분한, 흰, 맑은. 겨울의 빛깔을 수식하기에 가장 알맞은 단어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넓게 펼쳐진 잔디를 바라보다가 너의 손길을 느꼈다. 너의 손길이 없었다면 이곳은 잡초가 무성한 황량한 곳이 되었겠지.
얹혀진 돌의 무게 만큼 흘러간 세월이 땅을 짓누른다. 또 한 번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침묵이 이곳을 짓누른다.
길을 걷다 어느 한 집 벽면에 그려진 벽화가 걸음을 멈추게 했다. 단지 그뿐인데도 호흡이 정돈된 기분이다.
이 귀퉁이에 한 송이 꽃을 피운 이가 누구일까. 풍경에 녹아든 저 천연덕스러움이란.
어귀를 돌면 이어지는 돌담 그곳을 따라 걷다 우연히 발견한 붉은 문.
시(詩)가 책장을 빠져나왔다. 바위와 함께 닳아가는 중인, 살아있는 시구들.
활짝 열린 문 너머로 마당에 비친 너의 그림자가 보인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서성였을 너의 그림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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