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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를 두드리면 열릴까, 담장 밑에 무성히 자란 풀들의 녹음이 짙어질수록 부재의 발소리만 바삐 계단을 오른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켰을까. 곱게 모은 손끝이 말을 건넨다.
그저 커다란 문이 서 있는 것뿐인데도 세상이 둘로 나뉜 것 같다. 문 안의 세상과 문 밖의 세상으로.
땅이 피워낸 초록 꽃봉오리 위로 잘 익은 감이 가지 끝에 맺혀 있다. 말라가는 대지 위에 새로이 색을 입히는 것들이 있다.
울리지 않는 종이 아름답지 않다고 누가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홀로 앉은 여인의 귀에는 무슨 소리가 들려오고 있을지.
이 길을 따라 쭉 걷고 있으니 나도 물들어버릴 것만 같아.
오래도록 들여다보면 풍경의 이면이 보인다. 저 큰 바위에 얼굴을 조각한 손길은 누구의 것일지.
어지러운 도심 속,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있다. 잠시 멈추어 사연을 묻는 일의 소중함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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