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이색낭만을 찍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
월드컵대교를 지나다 만발한 꽃들이라도 발견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사진’입니다. ‘은은한 향기가 철따라 만발한 난지천에서 찍는 난초, 지초는 얼마나 생기 넘칠까?’ ‘널찍한 초지가 일품인 하늘공원의 조망을 담아보는 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들입니다. 시원한 주말 카메라 하나 챙겨들고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뛰어들어 보겠다 마음만 먹고 있었다면, 이제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도 바로 ‘월드컵공원 일대를 거닐며 나만의 한 컷을 담아라!’입니다.
꽃과 풀이 있는 곳에는 늘 벌과 나비, 메뚜기 같은 곤충이 있기 마련이다. 월드컵공원 내 난지천공원에서도 벌과 메뚜기를 만난다. 멀어지는 피사체는 어떻게 찍어야 좋을까?
“15mm 어안렌즈를 주로 마운트해서 갖고 다니고 있는데 한번 교체해봐야겠어. 새로운 시야를 확보하는 연습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거든.”
“초광각렌즈는 피사체가 멀어질수록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멀게 표현되지 않을까?” “이 메뚜기도 최단거리로 접근하지 않는 한 제대로 찍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필요할 테지.”
야생화가 피어 있다면 아마 개망초는 늘 볼 수 있는 녀석 중 하나다. 특히나 난지천에는 개망초가 아주 광활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또 다시 구도 물색에 들어간다.
“벌써 억새가 폼 잡을 때가 되어가나 봐.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길어지는데 햇살이 예쁜 봄과 하늘이 예쁜 가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구나. 왠지 아쉬운데?”
“그런 의미에서 이곳을 나만의 구도로 기념사진을 남겨봐야겠어. 그렇게 아쉬움이 나만의 익숙함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게 사진의 매력이고 장점 아닐까?”
이름부터 근사한 하늘공원은 억새밭 사이로 보이는 풍력발전기와 탁 트인 하늘이 백미.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이다. 하지만 공원으로 들어서기 전 수칙이 있다고!
“휴~ 291개나 되는 계단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멋부리려고 신은 워커가 이렇게 애물단지가 될 줄이야.”
“고가 카메라보다는 편안한 신발과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전문 지식보단 카메라 매뉴얼을 숙지하는 건 기본이야. 카메라와 친숙해지고 싶으면 꼭 편한 신발을 착용하도록 해.”
하늘공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작은 산책로 메타세쿼이아 길은 시원하게 쭉 뻗은 산책로의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 울창한 숲길이 매력적이다.
“옆에 달리는 아스팔트 도로와는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질 정도로 동화 같은 풍경이 이런 도시 한복판에 존재하고 있다니!”
“지금이면 초록빛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단순한 풍경사진부터 평소에 자주 찍던 인물사진까지 그 효과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거야.”
한강 위를 비추며 빌딩 사이로 숨어드는 해가 흐리게 깔린 구름 때문에 선명한 노을을 담을 수 없었지만 부드러운 빛이 주는 포근함은 왠지 멋지게 담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른 코스모스들은 이미 꽃잎이 시들고 연보랏빛 개미취와 은빛으로 흔들던 갈대가 꽃을 피워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정말 장관이야.”
“잠실대교 아래 어디쯤 탁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저 회색빛 빌딩이 남산타워인가? 저 빌딩 사이로 붉은 마침표를 찍고 지는 태양을 담아보자!”
평화의공원에서 징검다리는 누구나 사진을 찍는 곳. 대부분 피사체를 다리 위에 세워놓고 강 건너에서 사진을 찍는데 좋은 사진이 거의 없다. 뭐 획기적인 방법 없을까?
“몇 번 구도를 잡았는데 인물도 안 살고 배경도 허전한 사진들뿐이야.” “그럴 때는 과감하게 징검다리 앞에서 촬영해보는 거야. 봐봐. 사람 얼굴부터 확연히 드러나지? 때로는 배경을 일부분 포기하는 것도 사진을 살리는 방법이지.”
“정말이네. 호수를 포기한 대신 인물의 좋은 표정과 편안한 갈대숲을 얻었구나.”
월드컵공원은 볼 것이 많다. 드넓은 생태공원부터 미술관, 음악분수, 산책로 등등. 하지만 이중 사진 촬영명소로 각광받는 포토존은 따로 있다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갖가지 테마의 아름다운 촬영 명소들이 마치 내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는구나.”
“이제 곧 해가 질 텐데,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가을의 풍경 한 자락, 석양이 질 무렵 아닐까? 이제 곧 해가 질 텐데, 진짜 황금 컷을 잡으러 평화의공원 수변으로 나가보자!”
특유의 고즈넉함 못지않게 평화의공원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 또한 일품이다. 예쁜 야경사진을 촬영할 때도 노하우가 있다는데?
“곧 해가 질 거야. ‘매직아워(Magic Hour)’를 활용해봐!” “매직아워? 그게 뭐야?”
“해가 지는 시간을 기준으로 전후 약 30분간 매직아워를 하는데, 이 시간에 사진을 찍으면 빛의 산란현상으로 인해 하늘이 새파랗게 촬영되어 색감이 아주 좋지!”
‘난 어디를 가도 내 맘에 드는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는 자신감, 이제 어느 정도 생기셨나요? 마음의 반영으로, 행복한 사진을 찍기 위해선 행복한 마음을, 사랑스러운 사진은 사랑스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사진은 찍는 사람이 표현하고 싶은 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끔은 엎드리고, 때론 보조의자를 놓는 상상력과 과감함이 필요합니다. 기계가 만들어 주는 퍼포먼스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계가 아닌 감수성을 가진 사람만이 찍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은 만사 제쳐두고 월드컵공원 일대로 출사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잠시 들린 부산, 그 곳의 여유
- 부산광역시 동래구 -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찾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에는 매년 여름이면 활기찬 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하지만 바다로 향하는 길목, 바다보다도 더 탁 트인 곳이 있습니다. 바다를 직접 접하지 않은 곳, 부산 동래구의 주요 지역을 지나며 흐르는 '온천천'이 바로 그것입니다. 바쁘게 부산을 찾아 관광을 즐기기에는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곳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틈바구니 시간의 여유 즐기기!'입니다.
눈길이 닿는 곳 마다 꽃길이다. 꽃을 따라 걷다보면 반가운 해바라기부터, 이름을 알 수 없는 오묘한 빛깔의 꽃들이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온천천의 생태복원 사업이 정말 잘 이루어 진 것 같아. 이곳이 원래 30년이나 버려져 있었던 강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맞아. 이렇게나 싱싱하게 생글거리는 웃음을 머금고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처음부터 이렇게나 맑은 곳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흐르는 온천천에는 수달 조형물이 서있다. ‘얼쑤 달수’라는 이름을 가진 수달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리도 맑은 도심 속 하천이라니, 부산이 부러워질 정도다.
“예전에 이곳은 부산 동래의 젖줄이라 불렸다고 해. 어때?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으려 뛰노는 아이들과 빨래터의 아낙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잘은 모르겠지만, 그 행복을 이어가는 하천의 기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해. 일상을 보내고 아이들이 뛰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니까!”
산책길 주변으로 우거진 갈대숲이 자리했다. 이따금씩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이쪽을 내다보는 새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온천천에는 몇 개의 습지가 있을까? 이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그 건재함을 이어가는 습지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해!”
“이 습지를 지난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닷가의 모래해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하니 이미 바다에 와 있는 것 같아.”
온천천 시민 공원은 왠지 달리고 싶은 곳이다. 탁 트인 시야와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달리면 끝없이 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부산 동래구의 온천천은 서울의 청계천과 비교될 만큼 잘 만들어진 하천이라고 해. 특히나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이 꼭 청계천에 있는 것 같아.”
“도심 속에 있는 하천이지만, 자전거 길 등의 경관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전국에서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해. 우리도 자전거 타러 갈까?”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시민들이 많다.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하하호호 웃는 그들의 모습이 넓기만 한 광장에서의 그것과는 다르다.
“신분증만 있으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니! 유료 자전거 장이 아니라면 더욱 쉽게 이곳에 찾아와 여가를 즐길 수 있겠어!”
“맞아. 자전거 정비도 잘 되어있고,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자전거 대여를 하고 있으니 이용을 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것 같아.”
발은 제 2의 심장이라 했던가? 다리 아래 비밀스럽게 이어진 길을 차곡차곡 밟아가니 어느새 상쾌해진 발걸음이 느껴진다.
“꽃이 피고, 걷을 수 있는 길이 이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까지 생각한 길이 있어. 신발을 벗고 걸어볼까?”
“아플 것 같지만 차근차근 이 커다란 지압판을 밟아갈 수 있는 것도 시민들이 온천천을 찾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온천천 옆, 한편에 더 맑아 보이는 물이 졸졸 흐른다. 게다가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웃음과 활기참이 더해지니 훨씬 더 상쾌하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모습에도 웃음이 가득해. 시민 공원이 이렇게나 여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게다가 저 놀이장에서 이용되는 물은 인근에서 나는 지하수를 이용한다고 하니,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놀이터가 아닐까해.”
봄이면 벚꽃터널이 만개한다.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 앞으로는 가을의 코스모스 길도 이어지고 있다. 사계의 아름다움이 행복한 그들에게 이어질 것 같은 길이다.
“벚꽃이 터널을 만들어 낼 정도라니, 정말 오래된 나무 인가봐. 분홍빛을 은은하게 뿜어내는 벚꽃 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유채꽃 밭이 기다리고 있어.”
“일상 중 조금의 시간만 낸다면, 잠시 나와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니. 도심 속에 자리한 공원이 좋은 이유를 알 것 같아.”
볼 것도, 그 역사를 알아야 할 것도 많은 부산 동래구 온천천 시민공원입니다. 가만히 두어도 잘 흐르는 하천인 듯 하지만, 그 속에는 하천의 복원을 위해 힘쓴 사람들과 특히 시민들의 노력이 함께 흐르고 있다고 하네요. 바쁜 일정 중, 잠시마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동래구의 온천천이 흘러 바다로 가 하얀 모래사장이 되듯, 이곳에서의 추억이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을 것을 믿게 만드는 곳입니다. 시민천의 꽃길을 걸으며 여행 중의 휴식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요?
느린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
- 경상북도 김천시 -
‘슬로우’가 관광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요즘 걷기여행은 단연 인기입니다. 바쁜 일상사 속에 여유로움이 없는 현대인들이 산과 들을 배경 삼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슬로우길로 향하는 발길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김천의 모티길은 가을 단풍이 절경인 시기 탐방객에게 호젓한 여유를 내어줍니다. 이중 천년고찰 직지사와 연결되는 직지문화모티길을 걸으면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예술의 향기가 따라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 미션은 바로 ‘모티길 산허리를 돌아 세상의 잡념을 떨쳐내라’입니다.
‘모퉁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모티’. 그 이름처럼 많은 굽이를 돌고 돌아야 하는 모티길로 들어서기 전 직지사로 가보자.
“신라 때 두 번째로 창건된 이 고찰은 임진왜란 때 풍전등화에 놓인 국운을 되살린 사명대사의 출가득도 사찰로도 꽤 유명하죠.”
“저는 그보다도 아도화상이 가리킨 손가락 끝을 따라와 지었다는 이 절의 유래가 궁금해지는군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것을. 그 순리를 거부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전설은 전국 곳곳에 무척 많다. 직지사 금강문에도 역시 안타까운 전설 하나가 전해온다.
“그 창건설화는 잘 몰라도 다른 이야기는 조금 알죠. 전국을 떠돌던 한 승려가 합천에 있는 대처승 마을에 당도했는데, 이곳 촌장이 승려의 사람 됨됨이를 보고 사위로 삼기로 했으나 승려는 한사코 거부했답니다."
"그가 행여 도망칠까봐 3년을 잡아두었지만 그 승려는 결국 도망쳤고 부인은 이곳 금강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져 죽었다죠.”
오는 듯 가버리는 가을 어느 길목에서 벌써 날씨가 추워졌다고 푸념할 것 없이 지금이라도 길을 나서면 될 터이다. 모티길의 이 고찰은 그러한 교훈까지 새겨준다.
“부인이 죽은 자리에 금강문을 짓고 매년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그렇게 금강역사로 하여금 여인의 한 서린 원혼을 막았다는 이야기까지가 설화를 이루죠.”
“인연의 끈을 부여잡고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부질없음을 깨닫게 하는군요. 하지만 때가 이미 늦은 것을 어찌 하겠습니까.”
모티길의 출발점은 직지사 인근 직지초등학교다. 여기서 방하치마을까지 이르는 구간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원래 모티길은 산자락 아래 농로를 따라가게 돼 있지만 마을을 바로 옆에 끼고 있어서 한적한 맛은 느끼기 어렵지만, 이 작은 돌들을 쌓아올린 돌탑은 꽤 인상적이군요.”
“방하치 마을부터 차츰 오르막이 시작되죠. 길의 절반은 오르막이고 숲길 정상부에 올라선 뒤 다시 꾸준히 내려가다 보면 이 심심한 길을 어느새 그리워하게 될 수 있어요.”
마을 끝에는 300살을 훌쩍 넘긴 거대한 고목이 본격적인 산길의 시작을 알린다. 임도를 이어서 꾸며진 모티길은 걸을수록 호젓한 자연의 멋이 얼굴을 드러낸다.
“서두름 없이 차츰차츰 오르다 보면 어느새 숲 속 한가운데로 와 있군요.”
“정말 그렇네요. 소나무는 드문 편이고 거의 활엽수로군요. 가을까지는 산행하기에는 적합하지만 겨울이면 무척 쓸쓸한 풍경으로 바뀔 듯해요.” “하지만 그 역시 색다른 맛을 주지 않겠나 기대가 되네요.”
드문드문 나무가 성기게 자란 곳에선 아래쪽 경치를 굽어볼 수 있다. 숲길 정상부에는 갈림길이 있고, 쇠사슬로 내리막길을 막아놓아 의문이 든다.
“원래 모티길은 아래쪽 내리막으로 가야 하는데 가끔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이리로 내려갔다가 차를 돌리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죠.” “그래서 이렇게 막아놓은 거로군요.”
“굳이 차를 타고 지나는 이는 분명 재미없는 사람일 겁니다, 역시 이 길은 걷는 맛이죠!”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마을 하나를 더 만나게 된다. ‘표고버섯 재배지’라 쓰인 안내판을 발견했다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인근 산에는 산양삼과 갖가지 약초를 심어놓았다죠? 그곳에 한번 가볼까요? 왠지 싱싱한 버섯들을 잔뜩 채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함부로 이곳에서 약초를 캐다가는 주민들에게 혼줄이 나는 수가 있으니 그만 두는 게 좋겠군요.”
산을 내려서면 돌모마을이 나오고 지방도를 따라 잠시 내려가면 도착지인 직지문화공원에 다다른다. 여기서 지친 몸을 달래며 공원을 즐겨보자.
“김천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군요. 이토록 많은 조각작품이 너른 조각공원에 펼쳐져 있을 줄이야!”
“여기서 저는 또 하나 깨달음을 느끼게 되네요. 모티길은 정겹다는 겁니다. 제법 긴 코스지만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다려지게 하죠.”
길은 스쳐가는 곳만은 아닙니다. 길엔 느림의 미학이 있고, 역사·문화 체험, 가슴에 청량제를 담는 웰빙 체험도 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볼거리까지 있다면 꽤 괜찮은 나들이가 아닐까요? 그러한 ‘꽤 괜찮은 나들이’가 가능한 ‘모티길’은 모퉁이를 돌고 도는 산길을 따라 자연과 역사를 함꼐 품어볼 수 있어 좋습니다. 게다가 깊어가는 가을이면 길손들에게 단풍의 절경을 선물합니다. 그러면서 잡념은 어느덧 구름처럼 홀연 날아가버리는 신묘한 길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느린 걸음으로 모티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나요?
의병의 길을 걷다
- 경상남도 의령군 -
여느 지역이었다면 그저 옛 성곽을 닮았을 뿐인 관문이지만, 경남 의령군 입구는 조금 더 남다릅니다. 이 관문에서부터 임진왜란 때 이 땅을 짓밟던 왜군을 당당하게 몰아낸 고장으로서의 자부심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곳 백마에 올라탄 홍의장군 망우당 장군 동상만 보더라도 의령은 그가 나고 자란 곳, 나아가 여기가 진짜배기 의병의 고장이란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의령은 홍의장군, 독립운동가 안희제 등 걸출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만큼 둘러볼 곳도 정말 많지만 망우당의 흔적을 쫓는 여정이 바로 오늘 <트래블아이> 미션입니다.
자굴산, 한우산, 미타산, 벽화산 등에 둘러싸여 잘 드러나지 않는 의령이지만, 이 지역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의병탑을 본다면 생각이 좀 달라질 것이다.
“남산을 휘감아 흐르는 중동리 의령천 강변에 이렇게 의병탑이 있군요. 임진왜란 때 의령에서 의병이 전국 최초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죠.”
“처음에는 자기 집 일꾼이나 동네사람들만 모였다가 점차 의령의 선비들까지 동원돼 상당한 규모로 몸집을 부풀린 이 의병들이 한 달 뒤 2,000여 왜적을 섬멸했다니, 정말 대단하죠.”
경상남도 의령은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가 임진왜란 당시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의병의 본고장’이다. 이 때문에 6월1일 ‘의병의날’은 의령 사람들에게 현충일이나 다름없다.
“6개의 크고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마을에서 호국 영웅들이 연이어 탄생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안고 살았겠어요?”
“사실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너무도 익숙해서 그런지 역사문화유산이 이렇게 산재해 있다는 생각도 잘 하지 못했습니다. 한 번씩 고향 내려와도 굳이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았죠.”
민족독립운동가의 60%가 모두 곽재우 장군 손에서 나왔다고 하는 의령. 17장수의 위패를 모셔놓은 충익사는 그 외관에서 제법 익숙함이 묻어나온다.
“충익사기념관에서 마주하는 백마는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말머리가 움직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네요. 가만, 충익사는 한눈에 봐도 서울 동작동에 있는 현충원을 꼭 빼닮았네요.”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해요. 하지만 이곳은 임금님 상여와 동일하게 만들어져 있죠.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장인의 섬세함과 치밀함도 엿볼 수가 있어요.”
충익사 바로 옆에는 의병박물관이 나란히 자리해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붉은 도포를 입고 말을 탄 홍의장군 동상이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한 위엄을 뽐내고 있다.
“보물 671호인 곽재우 장군의 장검, 말갖춤(마구) 및 평소 사용했던 포도연, 사자철인, 화초문백자팔각대접 등 곽재우 유물 일괄(郭再祐 遺物 一括)은 모두 진품이랍니다.”
“흑요암으로 만들어진 이 벼루와 연적은 망우당이 아버지와 중국 명나라에 갔을 때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것이라는데, 이 역시 진품일까요?”
‘마땅히 편안한 곳’이라는 지명 뜻처럼 의령(宜寧)은 땅 자체부터 편안하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명당이라는 것이다.
“귀한 들판 대부분이 남쪽으로 물을 두고 북쪽으로 산을 등지고 있군요. 그러니 땅 생김새 자랑은 자연스럽게 땅에 서린 기운과 의령이 낳은 명사들로 이어지지 않겠어요?”
“이 땅을 짓밟던 왜군을 당당하게 몰아낸 고장으로서 자부심이 서려 있지만 여기 사람들은 봉우리 하나, 물줄기 하나를 꼬집어 자랑하지는 않는 편이더군요.”
의령군은 공교롭게 의령읍~부림면을 잇는 국도 20호선을 따라 의령을 대표하는 인물이 많이 탄생했고 생가도 잘 보존돼 있다. 망우당 생가 역시 그러하다.
“이곳에 들어서니 왠지 그의 순수한 의병정신이 온몸을 에워싸는 듯해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잘 정비된 마당, 반질반질한 대청마루가 의병장의 곧은 성정을 닮은 것 같아요.”
“조선 초기 건축양식의 안채 등 건물 곳곳에 곽재우 장군과 관련한 역사체험 공간도 마련해두고 있다죠? 나중에 아이들과 다시 찾아야겠어요.”
마을 입구에는 수령 520여 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 현고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고목 역시 망우당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데?
“가지가 동서남북으로 시원스레 뻗어 있는 이 느티나무가 바로 ‘북을 매는 나무’라는 뜻을 가진 현고수(懸敲樹)예요.”
“저도 그 이야기는 알고 있어요. 왜군이 부산포에 침입하자 당시 유생이던 곽재우가 이 나무에 큰 북을 매달아 놓고 치면서 의병을 모아냈다죠?”
최대의 국난기, 조정 역시 민심을 잃어가던 시기 명망 사족들과 함께 의병들을 조직하여 저항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곽 장군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도 일컫는다.
“망우당은 자신의 재산을 모두 털어 의병 1000여 명을 모집했죠.” “적지 않은 나이에 전 재산을 털어 항전에 나섰다니, 위기의 시기에 사회 지도층이 해야 할 책임과 역할을 몸소 보여준 거로군요.”
“하지만 그를 보고 미친 사람이라거나 도적 노릇을 한다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고 해요.”
동서남북으로 경남도의 중심지가 되는 고을 의령은 크지 않은 고장이지만 곽재우 장군은 늘 본인이 나고 자란 곳을 그리워했을 겁니다. 의령·창녕·진주 일대에서 왜군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는 ‘애국심’이 있었을 것이고, 전쟁이 끝나고 선조가 수차례 벼슬을 내리나 그는 대부분 사양하거나 짧은 기간만 관직을 맡은 뒤 귀향한 것을 보면 ‘애향심’도 있었을 겁니다. 여러분이 그의 흔적을 쫓는 여정에서 망우당의 이러한 두 가지 의지까지 느낄 수 있었다면 미션 성공입니다. 어떠세요? 의령에서의 이번 미션, 당신은 성공했나요?
벌교의 아픔을 보듬다
- 전라남도 보성군 -
일제 당시의 슬픔, 우리 민족의 고난을 담은 소설 한 편이 있습니다. 전라남도 보성의 벌교읍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막히고도 가슴 절절한 이야기는 아직도 벌교천을 따라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이 너무나 크기 때문일까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모두 알기에는 조금 힘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바로 소설 ‘태백산맥’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태백산맥 문화거리입니다. 벌교천을 따라 걸으면 태백산맥 속 아픔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소설 태백산맥의 아픔을 따라 걸어라!’입니다.
부용교의 좁은 다리 옆으로 낡은 돌난간이 세워져 그 오래된 정취를 더하고 있다. 그 앞에 서자 오싹한 기운이 오른다. 이런 오싹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소설 속에는 부용교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데, 이곳이 태백산맥 문학기행의 첫 장소가 된 이유는 과연 뭘까?”
“이 다리가 바로 ‘소화다리’야. 소설에서 말하는 총살이 날마다 일어났다는 그곳이지. 그러다보니 나무 아래에 자리한 갈대밭은 내려다보기에도 겁이 나는 걸?”
소화다리는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하나의 통로이며, 아픈 역사를 고증하는 유물이 되었다. 조정래는 ‘태백산맥’에서 이곳을 어떻게 묘사해놓았을까?
“이 다리는 1931년에 건립될 당시 일제에서는 소화(昭和, 일본국왕) 6년이었어. 그 이름을 붙인 것도 못내 서러운데, 이후 여순사건 갈등이 극에 치달았을 때는 더했지.”
“맞아. 총살이 이 다리 위에서 자행되었지. 소설에서도 ‘소화다리 아래 갯물에고 갯바닥에고 시체가 질펀허니 널렸는디, 아이고메 인자 징혀서 더 못 보겄구만이라’라고 했잖아.”
밤과 아침 사이, 낮과 밤 사이, 어둠과 빛 사이의 그 어정쩡한 시간에 벌교의 작은 포구에 다다르면 아름답고도 이유 없이 슬픈 감정이 일렁인다.
“이제는 쓸모를 다 한 낡은 두 척의 배만이 포구 한쪽에 묶여 있었구나. 하지만 언제든 배들을 껴안을 수 있는 포구에는 온 힘을 다해 밧줄을 당기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어.”
“아픈 역사를 보냈기 때문일까. 벌교라는 이름은 꼬막의 씨알처럼 굵고, 유명한 풍문의 주먹처럼 단단해 보여. 꼬막과 주먹이라는 큰 상징은 벌교를 독보적으로 만들어주었지.”
어머니의 손으로 한참을 주물러줘야 할 것만 같은 참 아픈 자리 벌교 포구로 가면 갈대숲 쪽에서 구슬픈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데, 어떤 소리일까?
“벌교 포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드넓은 갈대숲은 흘러나온 갯물을 빨아들이며 지금까지도 높이 자라 있구나. 잠시 귀기울여봐. 바람이 불면 희한한 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러게,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 같기도 하고. 갈대 소리, 솔바람, 대숲 소리는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는데, 유독 벌교의 갈대에선 울음이 들리는 것만 같아.”
소화다리와 중도방죽을 지나 태백산맥문학관과 현부잣집, 소화의 집을 보면 얼추 문학기행을 마친 셈이다. 유리탑을 거쳐 걷는 이 길이 소설 태백산맥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와, 소설 태백산맥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구나!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2층이나 되는 전시관을 가득 메우고 있을까?”
“이곳에는 조정래 작가가 직접 손으로 쓴 육필 원고도 전시되어 있다고 해! 태백산맥의 흔적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한 별교읍내로 들어서면 소설태백산맥문학거리에 다다르게 된다. 정갈한 소화의 집을 바라보면 당장이라도 소화와 정하섭이 뛰어 나올 것만 같은데.
“이 소화의 집은 작가의 집을 모델로 해 복원한 것이라고 해. 게다가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 곳이니, 그 가치가 더욱 높아 보여.”
“현부자네 집은 말 그대로 웅장한 것이 정말 부자의 집 같아. 그런데 보통 한옥의 모양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지어진 것일까?”
검은 판자가 촘촘히 붙은 독특한 2층집. 조금은 음침한 기분이 든다. 별교의 부조화에 한 몫을 하는 이 건물은 대체 어떤 곳일까?
“벌교읍내의 일본식 가옥 중에서도 가장 보존이 잘 되어있는 것 같아. 수난과 고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 같아!”
“맞아. 소설 속에서 일본군의 안식처로 표현 되었던 이곳은 실제로 ‘보성여관’이라는 곳이라고 해. 일본인들의 중심 거리에 위치한 여관이었지.”
난간조차 없이 뻗은 무지개 돌다리의 모습이 운치 있다. 벌교의 상징으로 불린다는 이 다리는 소설 속에서도 은밀히 드러난다는데?
“벌교라는 이름의 유래를 그대로 구현해 낸 것이 바로 이 홍교라고 할 수 있어. 해석해보면 ‘뗏목다리’라는 것인데, 벌교천을 건너는 뗏목이 바로 이 홍교인가봐.”
“벌교천을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벌교읍인 것 같아. 물론 아픈 역사의 잔재들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소설 속에 존재하는 곳이 이렇게나 명확히 남아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아픈 역사와 시대, 그리고 이 곳 전라남도 순천의 벌교를 배경으로 펼쳐진 소설 태백산맥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녹차의 향기가 풍기고, 꼬막을 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이곳에도 아픈 역사의 흔적이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아픔이 지금의 여러분을 있게 했음을 깨닫게 될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정갈하게 가꾸어진 그 흔적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기장군 해안절경을 탐하다
- 부산광역시 기장군 -
부산을 떠올리면 진한 바다냄새와 정겨운 어촌풍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바다가 그리울 때면 부산을 찾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겠지요? 부산의 여러 명소 중에서도 기장군은 유독 정겨운 어촌풍경은 가슴 저릿한 향수를 느끼게도 하고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도 듭니다. 바다 냄새 짙게 풍기는 진한 도시 기장의 여러 명소부터 특산물까지 모두 즐기며 자연을 맛볼 준비가 되셨다면 <트래블아이>의 오늘의 미션! ‘기장군 해안절경 200% 만끽하기’ 바로 떠나 보세요!
네모난 바위가 높게 솟아있다. 그리고 섬세하게 새겨진 ‘시랑대(侍郞臺)라는 글자위로 흐르는 용녀의 전설은 어떤 감동을 선사할까?
“탁 트인 바다에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것이 역시 명승지는 명승지네요.”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곳에 들르면 금석문을 남겨놓기도 했다고 해. 그런데 시랑대에는 용궁의 용녀와 미랑스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진단다. 지금도 거센 풍랑이 몰아칠 때면 용녀를 부르는 구슬픈 음색의 미랑스님 목소리가 전해진다고 하는데?”
넓게 펼쳐진 갯바위 지대 위로 올라서면 바닥을 조심스럽게 걸어야한다. 조심스럽게 걷는 이유는 미끄럽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하는데?
“모래바닥과 자갈이 있기는 하지만, 물이 들어왔던 곳은 많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야해. 게다가 많은 해안동물들이 있으니 더욱 조심하렴.”
“꼭 만화 주인공인 ‘스펀지밥’처럼 생긴 것이 있어요! 저것이 바로 ‘해면’인가 봐요. 다른 해안 동물도 이제는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느껴져요. 꼭 만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걸요?”
어선과는 또 다른 맛이 느껴지는 낚싯배에 오르니 오히려 조금 더 멀리 나왔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낚싯대를 가만히 붙잡고 있어야 하다니, 지루할 것 같아요.”
“아니란다. 일렁이는 파도에 흔들리는 낚싯대와 물고기가 톡톡 미끼를 건드리는 맛을 느껴보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단다. 게다가 물고기가 걸려들었을 때 힘껏 잡아당기며 물고기와 힘 씨름을 하는 손맛은 정말 최고란다!”
해안선 가까이에 배 두 척이 서있다. 그리곤 그물로 서로를 이어 육지에서 끌어당긴다. 그렇게 바다를 쓸어 담아낸다.
“후릿그물? 그 이름이 정말 특이해요. 가운데를 고정한 채 양쪽의 그물을 육지에서 끌어당겨야하니 힘이 많이 드네요.”
“그렇지? 하지만 이렇게 하면, 표층의 생물들을 쉽게 끌어올 수 있다고 하는구나. 이 체험을 마치면 신기한 어류를 관찰하고 또 바로 자연산 회를 맛볼 수도 있단다.”
해안가 주변, 넓게 자리 잡고 일광욕을 즐기는 것이 있다. 바로 미역과 다시마란다. 함께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싶겠지만, 그것은 참아야겠지?
“이렇게 축축하게 늘어져있는 미역을 선선하게 말리면, 우리가 늘 보는 마른 미역과 다시마가 된단다. 자연적으로 말려져야 그것의 건강한 맛을 지킬 수 있다고 하는구나.”
“늘 이렇게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놀랐어요. 어민 할머니께서 설명해주시는 해조류의 효능을 듣고 보니, 앞으로도 더 많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안의 절경 속에 호젓하게 자리한 사찰은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준다고 한다. 걷다보니 득남불의 배가 새카맣게 변해있다. 많은 이들이 득남불앞에서 소원을 빌었나보다.
“이야, 이렇게 근사한 절이 또 있을까요? 정말 용이 날아오른 자리에서 용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사찰에서 내려다보는 해안절경도 아름답고요!”
“그래, 길목마다 깨우침의 글도 있어 많은 이들이 찾나보구나. 무엇보다 이곳은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어 준다고 하는데, 우린 어떤 소원을 빌어볼까?”
드라마에서 한 번쯤은 봄직한 익숙한 풍경이다. 어촌풍경과는 다른 이색적인 느낌에 가슴이 뛴다. 이름만큼이나 꿈같은 절경이 펼쳐진다.
“저기 좀 보세요. 정겨운 어촌풍경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저렇게 멋있는 해안절경이 또 있네요. 마치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남녀가 결혼식을 올리고 있을 것 같아요!”
“같은 바다임에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과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선물한다는 것이 해안절경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자연의 곳곳을 둘러보다 보니 절로 자연을 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눈에 담고 또 담아도 새로운 풍경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면 해안절경 200% 만끽하기 성공이 아닐까?
“오늘 정말 많은 곳을 둘러본 것 같아요. 어촌풍경도 보고 해안절경도 보고. 명소와 특산물을 고루 본 것 같아서 정말 새로웠어요.”
“다양한 매력으로 바닷가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있는 기장군, 정말 보고 또 봐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이구나.”
사람의 마음속에 만족이 있을까요? 어떤 것을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의 욕심은 쉬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멋있는 풍경도 마찬가지 이지요. 보고 또 바라보아도 새로운 아름다움에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것, 그것이 욕심이라면 욕심이 아닐까합니다. 자연을 기분 좋게 탐하는 마음, 곳곳마다 새롭고 또 아름다운 부산 기장군의 해안절경을 탐하고자 한다면 평소보다 200% 넓은 마음을 가지고 마음의 만족을 품을 때까지 해안절경을 탐해보는 건 어떨까요?
흰 깃처럼 아름다운
- 인천광역시 옹진군 -
인천 옹진군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유인도 25개, 무인도 75개의 100개의 섬입니다. 100개의 섬이 제공하는 100가지 경관은 옹진군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과 인접한 이곳은 서해 최남단 지역이기도 합니다. 신도, 시도, 모도로 이루어진 트래킹 코스와 부아산에서 송이산으로 이어지는 등산 코스, 선재도의 갯벌체험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한 곳, 옹진군.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것은 백령도의 절경입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백령도의 매력을 속속들이 알아내라!’
백령도에는 오래 된 전설이 하나 전해져 내려온다. 황해도의 가난한 선비와 고을 원님의 고명딸의 사랑 이야기가 이곳에 있다고 하니, 한 번 들어볼까?
“이 가난한 선비는 원님의 하나 밖에 없는 딸과 사랑에 빠졌는데, 이를 원님이 매우 싫어했다고 해. 결국 원님은 딸을 먼 외딴 섬으로 쫓아 보냈는데, 선비는 그곳이 어딘지 알 길이 없었지. "
"그러던 어느 날, 선비는 백조의 꿈을 꾸었는데 이 백조가 힌트가 되어 장산곶에서 배를 얻어 타고 백령도로 향했다고 해. 그곳에는 꿈에 그리던 처녀가 있었지.”
선비는 어떻게 처녀를 찾아내었던 것일까? 바로 백령(百翎)이 흰 날개를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이름에 대한 비밀도 한 번 풀어보자.
“백령도는 예로부터 철새의 보금자리였단다. 백령도의 고구려 때 이름은 곡도인데, 곡이라는 말은 바로 고니에서 온 말이지. 그래서 백령도는 백조의 고향이라 불리기도 했단다.”
“새하얀 백조가 백령도를 뒤덮고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설레요.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었을까요? 오늘 만나 볼 백령도도 그렇게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서해 최북단 백령도’라는 글씨가 선명한 비석이 사람들을 반긴다. 인천 연안부두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치면 그곳이 바로 백령도.
“멋진 바위들이 정말 많아요! 저 바위에는 꼭 특별한 이름이 붙어 있을 것만 같은데요?”
“하하, 눈썰미가 좋구나. 저 바위는 코끼리 바위, 그리고 저 바위는 용트림바위란다. 바위의 모양이 꼭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이 생겼지? 백령도에는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지. 이 넓고 평평한 해안을 좀 보렴. 이곳은 군용기가 이용하는 천연 활주로란다.”
백령도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특별한 해수욕장을 만나게 된다. 바로 동글동글한 콩돌들이 가득한 콩돌해수욕장! 이곳의 매력을 살펴볼까?
“해변 가득 콩을 흩뿌려 놓은 것 같아요! 가만, 귀를 기울여 보세요. 밀려오는 파도에 자갈이 소리를 내고 있어요.”
“이 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지. 해변에 앉아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니까? 이 콩돌 해수욕장은 자연이 제공하는 발 마사지 장소이기도 하니, 신발을 벗고 걸어보렴.”
저 멀리 연봉바위가 건너다보인다. 두 개의 커다란 바위를 중심으로 흩어진 작은 바위들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을까?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의 바다가 바로 설화 속의 인당수란다. 그리고 저 바위의 이름은 연꽃 봉오리 바위, 연봉바위지. 잘 보렴. 바위의 모습이 마치 활짝 핀 연꽃잎들 같지 않니?”
“아, 심청이 설화의 배경이 실제로 있는 곳이었군요! 저는 몰랐어요.” “그럼! 백령도에는 연화마을과 심청각도 있는데, 그곳으로 한 번 가 볼까?”
백령도에서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는 바로 심청각. 심청각의 청이 동상 앞에서는 꼭 기념사진을 찍어 주어야 한다던데?
“치맛자락을 움켜 쥔 청이의 모습이 굳건해 보여요. 청이도 백령도의 자랑 중 하나군요? 심청각 안에도 볼 것들이 참 많아요! 심청 설화를 재현해 놓은 모양들도 예쁘네요. 아, 저쪽에는 백령도를 대표하는 경관들이 있어요! 연화리 무궁화, 사곶 해변, 감람암 포획 현무암…”
“녀석, 아주 신이 났구나! 어디, 다음 장소로 이동해 볼까?”
점박이물범은 북위 45도, 북극권을 서식지로 삼는 동물이다. 4월 즈음에 이 점박이 물범이 북위 38도의 백령도를 찾는다는데, 그게 정말일까?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에 물범 캐릭터들이 많이 보여요.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아직 그것도 몰랐단 말이니? 그건 바로 이 백령도에 물범이 살고 있기 때문이야. 멸종 위기에 처한 귀한 동물이라던데, 운이 좋으면 물범 바위에서 물범을 볼 수도 있다고 해.” “그게 정말인가요? 물범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해야겠어요!”
배를 타고 두무진을 돌아보는 것이 바로 백령도 여행의 하이라이트. 사암과 규암으로 이루어진 이 바위산은 입이 절로 벌어지게 만드는 절경을 자랑한다.
“절벽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금방이라도 마법사가 나타날 것 같은 경관이네요.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기 하얀 바위는 바로 가마우지의 서식처야. 가마우지의 흰 배설물이 바위를 덮어 바위가 하얗게 보일 정도인 거지. 백령도가 철새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겠지?”
극소수의 지역에서만 생산된다는 백색고구마와 코끼리 바위, 해당화가 핀 바닷가와 백령대교 등 백령도의 자랑거리를 모두 설명하자면 하루가 모자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명성만으로도 얼마나 수려한 경관이 기다리고 있는 곳인지 예상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진 백령도는 여행자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는 섬이기도 합니다. 특별함이 필요하다면, 백령도로 떠나보세요. 백령도 여행 중에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백령도 점박이 물범을 만난다면 그야말로 행운 중의 행운이 아닐까요?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운 맛, 초당순두부
- 강원도 강릉시 -
강릉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다보면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아 하루가 아쉽기만 합니다. 율곡이이 선생의 발자취가 담긴 오죽헌부터 정동진 소나무까지, 배낭하나 걸쳐 메고 발 빠르게 돌아다니다보면 어김없이 배꼽시계가 울려댑니다. 부드럽고 고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긴다는 순두부지만, 강릉의 초당순두부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대를 품게 하는 메뉴입니다. 강릉 순두부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 ‘초당순두부만의 특별한 매력을 찾아라.’
강릉의 순두부는 항상 초당순두부라고 불린다. 초당마을에 들어서면 초당순두부 식당이 즐비한데 초당마을에서 초당순두부 이름의 특별함을 알 수 있을까?
“역시 초당마을답게 마을 입구부터 순두부 식당이 늘어서 있네! 허균, 허난설헌 남매의 이름도 자주 보이는 걸 보니, 초당이라는 단어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 같아.”
“맞아. 초당은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부친 허엽의 호(號)로 마을이름을 허엽의 호를 따서 초당마을이라고 부르게 되었대.”
보통 순두부찌개를 생각하면 고추기름으로 하여 칼칼하고 부드럽게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초당순두부는 하얗고 말랑하며 후루룩 떠먹는 담백함까지 갖추고 있다.
“한쪽에는 칼칼한 전골류로 다른 한쪽에는 말간 순두부를 주문하니 다양한 순두부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초당순두부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이렇게 담백하고 말캉말캉한 순두부를 후루룩 떠먹는 게 최고지.”
대박 맛집이라고 하면 어딜 가나 특별한 비법이 있기 마련. 강릉 초당순두부도 맛을 내는 특별한 비법 하나쯤은 있겠지?
“초당순두부가 특별한 이유가 단연 마을 이름 때문만은 아닐 텐데, 역시 주방 아주머니만 알고 계신 비법이 따로 있을까?”
“초당순두부는 콩을 갈아 간수가 아닌 바닷물로 응고시켜 만든 것으로 유래되었다고 해. 그래서 더욱 부드럽고 따로 간을 맞추지 않아도 싱겁지 않고 담백한 거야.”
초당순두부는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순두부를 자랑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부담이 없다. 그런데 왠지 심심할 것 같다면? 걱정할 것 없다.
“몽글몽글한 순두부의 본연의 맛을 느끼다가 조금 심심한 것 같다면 된장에 절인 고추나 비지에 무를 썰어 만든 비지장을 비벼먹으면 한 그릇 뚝딱이겠어.”
“맞아, 또 양이 꽤 많이 나와서 순두부 한 그릇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지. 우리처럼 여행 중에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더 없이 든든한 곳이야.”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꽤 단순해 보이지만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곱절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법. 특히 이들의 콩 농사에 들이는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머니들이 두부를 만든 사연은 오히려 담백하지. 할아버지가 콩 농사를 지었는데, 이 콩은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었다지.”
“그래서 콩 대신 두부를 만들어 인근 강릉 시장에 내다 팔아 자식들 장가도 보내고, 이렇게 초당순두부 맛 좋다고 입소문도 나면서 식당도 차리셨으니까.”
순두부마을 인근에는 지역특산물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시장들이 즐비하다. 차로 15분, 강릉대로에서 옥가로로 접어들면 깨끗하고 신선한 해물을 만나볼 수 있다.
“강릉중앙시장은 이 지역 대표 재래시장이야.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새로운 상가의 모습은 전통시장의 풍미를 잃은 것 같지만, 지하 어판장은 신선도와 청결 면에서 전국적으로 이름난 시장이 됐다지?”
“청결한 어시장의 본보기가 되고 있구나. 동해안에서 갓잡아온 어물들이 더욱 신선해보여!”
처음 한동안은 그리 유명하지 않았으나 지금의 이곳 강릉중앙시장에 좌판을 펼치고 두부를 파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면서 이제 장안의 명물로 등극해 있다고.
“여기야말로 초당순두부의 탄생지가 아닐까? 30년대부터 여기서 할머니가 장사해오셨지.” “맞아. 먹고살기가 어려웠던 시절 여기에 좌판을 꾸리시고 바닷물로 두부를 만든 일화는 참 유명하지.”
“염분 때문에 굳이 간을 할 필요가 없으니. 그게 이곳 두부의 고소한 맛의 비결이 아닐까?”
초당순두부마을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강릉을 찾는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경포대해수욕장과 그 일대의 활어횟집이 금방이다.
“바닷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들만 생각하고 왔는데, 회센터들이 중앙시장만큼이나 이렇게 잘 정돈되어져 있구나. 아! 그거 알아? 맛있는 커피 집은 죄다 강릉에 있다는 소문.”
“그래? 그럼 일단 여기서 싱싱한 회 맛부터 좀 보자! 망둥어, 광어, 우럭 등 뭘 시켜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긴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과정부터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것까지 초당순두부는 참 느린 음식입니다. 그래서 초당마을 사람들은 아침 일찍 따끈한 두부 한 모를 올리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이지요. 하루아침에 전통과 특별함이 쌓이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성실하고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쌓여 지금의 초당순두부가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요? 웰빙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강릉중앙시장과 경포대 먹거리에도 파고들었습니다. 초당순두부가 몰고 온 건강한 맛, 여러분은 어디까지 경험해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