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한 그릇이 부족하지 않은 한 상차림
- 전라북도 부안군 -
우리네 어머니는 심한 감기로 고생하거나 며칠씩 앓아누우면 간장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흰 죽을 끓여주시곤 하십니다. 흰죽 한 그릇이면 생기가 돌고 기력이 회복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몸이 쇠약하거나 아픈 사람들이 먹는 음식으로만 여겨졌던 죽이 이제는 별미로 우뚝 서게 되면서 어엿한 부안 대표 별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3면이 바다와 접해있는 부안은 갯벌이 발달하여 바지락과 백합의 품질이 우수하고 곰소 젓갈은 심심한 죽과 어울려 금상첨화를 이룹니다.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부안의 한 상을 맛보고 오라’입니다.
허름해보여도 조개구이, 백합죽, 해물칼국수, 해물매운탕, 산 우럭매운탕 등 맛 좋기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들이 모항 쪽에 가득 몰려 있다.
“아침부터 이곳저곳 돌아다녔더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어디 맛집 없을까?”
“부안에 왔으면 죽 한 그릇은 먹고 가야지! 아까 문화해설사가 하는 이야기 못 들었어? 부안 죽 한 그릇 먹고 가면 그 한해 잔병치레도 안 한다잖아.” “아! 그럼 죽집으로 가자!”
여행지에서 죽 한 그릇이 허기를 달래줄까 생각이 들면 일단 주문부터 하고보자. 가짓수가 많아 한 상이 아니라 그 맛과 재료의 든든함으로 만들어진 한 상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죽 한 그릇만으로 배가 부를까? 난 지금 배고파서 쓰러질 지경이야.”
“얘는. 뭘 모르는구나. 부안의 바지락과 백합이 들어간 죽 한 그릇이면 얼마나 든든한데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어서 씹는 맛도 강하다고!” “여기 바지락 죽 하나랑 백합 죽 하나요~”
얼굴이 야위거나 기력이 쇠한 사람에게 ‘피죽도 못 얻어먹고 다니냐’는 말을 하곤 한다. 그 옛날 죽 한 그릇이면 상다리 휘어지는 12첩반상이 안 부러웠다.
“옛날에는 아플 때만 죽을 먹었었는데 요즘에는 건강을 위해서도 먹고 입맛이 없을 때도 죽을 찾는 것 같아.”
“맞아, 자극이 없고 부드러워 소화도 잘되고 옛날에 엄마가 끓여준 죽 한 그릇이면 병도 깨끗하게 낫는 기분이었고. 아~ 울 엄마 생각난다.”
지역의 별미를 알기 위해서는 그 속 재료를 알 필요가 있다. 이름에서부터 그 재료를 알 수 있는 바지락과 백합이 왜 부안을 대표할까?
“바지락이 이렇게 통통하고 쫄깃한지 몰랐어. 부드러운 쌀에 쫄깃한 살점이 있어 씹는 맛도 좋은 것 같아. 씹을수록 고소한 맛도 나고. 그런데 요즘은 죽 종료와 맛도 다양해지지 않았어? 왜 부안은 바지락죽과 백합죽이 별미일까?”
“그러게, 식당 아주머니께 여쭤볼까?”
지역의 대표 별미가 된다는 것은 환경적 요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렇다면 부안의 지리와 바지락, 백합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학생들이 참 똑똑한 질문을 했네. 그건 우리 부안 지리랑 관계가 있지. 부안은 삼면이 바다와 인접해있고 또 갯벌이 좋지 않겠어? 거기서 통통하고 질 좋은 조개류를 많이 캐낼 수 있지. 그래서 이렇게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나온 게 아니겠어?
"그리고 조개에 단백질과 아미노산, 글리코겐같은 영양가도 높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지.”
부안의 명물 중 곰소 젓갈을 빼놓을 수 없다. 곰소염전에서 채취한 질 좋은 소금으로 담근 젓갈은 죽과 최고의 음식 궁합을 이룬다.
“간이 맞는다고 해도 조금 심심한 것 같은데?”
“그럴 땐 반찬으로 나온 곰소젓갈을 올려 먹어봐. 짭짤하고 쫄깃한 젓갈이 삼삼한 맛의 죽과 잘 어울릴 거야.” “죽 한 상에 부안의 맛을 다 느낄 수 있구나!”
천일염이 빚은 곰소젓갈과 서해바다 청정 수산물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곰소젓갈시장으로 가보자. 곰소젖갈이 부안 명품죽을 빛내듯 부안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변산반도 쪽으로 가보자! 그곳에 인천 소래포구, 홍성 광천과 논산 강경 등과 함께 젓갈시장으로 널리 알려진 젓갈시장이 있어.”
“맞아. 그곳 젓갈은 천일염과 근해의 싱싱한 어류를 원료로 1년 이상 저장했다지. 특히 곰소젓갈 맛을 결정짓는 곰소염전소금은 영양분이 많고 쓴맛도 나지 않아 지금도 알아줘.”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많은 음식이 차려진 한 상이 아닌 풍부한 영양과 아낌없이 넣는 싱싱한 재료들, 게다가 곰소젓갈이 함께하는 부안의 죽 한 상 받아본 느낌은 어떨까?
“사실 죽 한 그릇이라고 해서 배가 부를까 생각했는데 어쩐지 마음이 더 든든해진 기분이야. 몸이 훨씬 건강해진 느낌도 들고.”
“오늘 부안 제대로 탐방하고 가는데? 왠지 돌아서면 또 생각날 것 같은 매력적인 음식인 것 같아.”
죽 한 그릇으로 무슨 한 상을 차릴까 생각하시겠지만 음식의 가장 기본인 쌀로 가장 기본적인 맛을 내는 한 상차림은 몸과 마음까지 든든하게 만들어줍니다. 부안 갯벌에서 난 오동통한 바지락과 백합이 들어가 바다냄새 가득 풍기는 죽 한 그릇은 달아난 입맛을 당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맛과 영양이 가득하고 심심함과 짭짤함이 넘나드는 부안의 맛을 한 번에 맛보고 싶다면 부안 바지락 죽과 백합죽으로 채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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